Fiction/Fragment

망상모음집 (2)

설유빈 2025. 1. 21. 17:30

* 그냥 거의 태온 이야기임당...


6.
얘네가 귀엽고 인간미도 있고 저마다의 아픈 과거도 있지만 결국엔 사람 수십 죽이는데 눈 하나 깜짝 안하는 범죄자들이라는 점이 떠오르는 순간 갑자기 찬물 맞은 기분이 든다. 맞다 이게 현실이었지 싶은 느낌?
우현아찌한테 저얘기하면 그래 난 살인자야 하면서 덤덤하게 긍정하고 담배나 피우실 것 같아 좀 슬프네요...
본인이 죄를 지었다는 걸 부정할 사람은 여기에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좋음 
 
국정원이나 경찰에 잡힌 것도 보고싶네... 고위층과 결탁해 있기에 쉽게 안 잡힐 것 같지만
국정원 지하 심문실 의자에 묶인 채로 고문당하기도 전에 알고 있는거 싹 불테니까 살려주면 안 되냐고 능청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는 유건이라던가. 아직 고문은 안 당했지만 이미 추격 및 체포 과정에서 상당히 다쳐서 피투성이에 엉망진창인 상태면 좋겠다. 과다출혈로 안색은 창백하고 식은땀 흘리면서... 까딱하면 정신 놓을 것 같은 고통에도 이 악물고 여유부리듯 웃는 걸 좋아하기 때문ㅎㅎ

 

+. 유건 누나가 국정원 요원이라고요...? 근데 유건은 누나에게 미안해하고 살인자가 된 자신의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에 영원히 엮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요...?

그럼 이 상황은 유건에게 있어(그리고 유현주에게도) 최악의 재회일텐데

능청떨고 여유부리다가 누나를 발견하는 순간 웃는 가면 산산조각난 건이가 보고싶다... 

 
번외로 잡혔을 때 얘네 중 절반 이상은 누군가를 팔아 살아남을 수 있다면 망설임 없이 팔아버릴 것 같다. 순순히 말하냐 이걸로도 끝까지 딜을 걸어 최대한 이득을 뽑아내냐의 차이... 안 그럴 것 같은 사람... 정우현...? 근데 이쪽은 잡히기 전에 차라리 스스로의 머리에 총을 쏘는 길을 택할 듯. 안 불 것 같은 이유도 조직에 대한 충성심 때문이 아니라 그냥 본인이 안고 가기를 택하는 성격때문이니까. 이 외에도 입을 잘 안 열 것 같은 사람으로는 한도경이나 권시헌 정도 있을 것 같은데 정말로 강력한 충성심. 으로 끝까지 입 안 열 사람은 차진혁 말고는 없을 것 같음. 한도경의 경우 유정이가 걸린 일이면 정말 죽어도 말 안 하겠지만 말해야 유정이가 산다면 망설임 없이 술술 불어버릴 인간(...)

아 그리고 또 말 안할 사람: 체셔
어떻게든 탈출각 재다가 결국 쇽 빠져나감(그리고 탈출 못하면...하람이가 칩 터뜨릴 듯...)

7.
좀 쎄한 느낌이 있거나 냉정하고 차가운 캐릭터들이랑 대화하다 보면 지문으로 '서늘한 손길' 같은 표현이 종종 등장한다. 캐릭터의 차갑고 냉혹한 모습을 강조하기 위한 서술임을 알고 있지만... 종종 수족냉증으로 모에화하고 싶어짐(손발이 참=기가 약함=일종의 병약미)
수족냉증 모임 제법 귀여울지도... 여름에도 긴팔 셔츠 위에 재킷까지 깔끔하게 입고 있는 사람들이여.
서로 이해 못하는 게 너무 웃길 것 같음 서버실 온도관리 때문에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야 하는게 싫은 채연호 재킷까지 꽁꽁 싸매고 있는데 냅다 반팔 차림으로 들어와서는 야 여기 시원하고 좋다고 말하는 서태주(에어컨 세게 틀어도 햇빛 들어오는 보스 집무실보다 전산실이 훨씬 서늘하지 않을까)


8.
태온 3세대 밸런스게임 보고 생각한건데
강이현 빼고 모두가 하루종일 고양이처럼 야옹거리는... 을 골랐잖아
정말로 강이현을 뺀 나머지가 하루종일 사람 말 대신 야옹거리게 된 시츄(여자까지 되지는 않은 걸로). 정우현이나 한도경은 부끄러워서 감기에 걸렸다 둘러대고 절대 입 안 열려고 할 것 같고... 채연호는 하루 종일 입을 안 열어서 그렇게 된 줄도 모르고 지나감. 유건은 실장실 놀러와서 이것 좀 보라고 야옹야옹거릴듯

 "와옭... 애옹 냐아아 웅냐."

 "..."

실장님은 꿈인가 생각하면서 무표정으로 미간을 꾹꾹 누름. 근데 눈을 감았다 떴는데 아직도 유건이 야옹거리고 있음. 심지어 이제는 고양이 흉내까지 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실장실 문 밖에서 고양이 소리를 듣고 뛰어들어온 서태주가 너도냐는 듯 유건을 붙잡고 함께 냥냥거리기 시작하는데... 시끄러운 고양이 2중주 때문에 정신이 나갈 것 같아진 강이현은 두 사람의 입을 청테이프로 막아 버리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기 시작함. 결국 팔짱을 끼고 삐딱한 시선으로 그들을 쳐다보던 강이현은 말 없이 책상에 올려져 있던 리볼버를 집어들어 총알이 들어 있나 확인한다. 둘 다 튼튼해서 한 발 정도로는 안 죽을 텐데... 따위의 생각을 하면서.
강이현의 살기를 감지한 유건은 항의하듯 아까보다도 더 시끄럽게 야옹거림(서태주는 더 먼저 눈치챘지만 이쪽은 이현이가 짜증내던가 말던가 그냥 무시함). 이현은 어쩐지 저 하나도 못 알아듣겠는 고양이 소리에서 호들갑떠는 유건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내가 미친 건가."
 
그 뒤로도 갑자기 한도경이 난처한 표정으로 실장실에 들어와서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다가 강이현이 째려보니까 소심하게
 
 "...먀."
 
한마디 하고 붉어진 얼굴로 다시 입 꾹 다문다던가
끝까지 감기컨셉 유지하다가 서태주가 옆구리 쿡 찌르니까 놀라서 애옹. 소리 내버리고 수치스럽다는 듯 고개돌리며 미간짚는 우현 아저씨라던가
본인이 무슨 상태인지도 모르고 보고하러 왔다가 냐옹 애오오 먀... 같은 소리 내고선 스스로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안 가서 고개 갸웃거리며 먀? 앩... 애옹... 같은 소리 계속 내 보는 채연호(강이현은 놀랍지도 않다는 듯 표정변화 없이 "...그만." 한 마디만 내뱉음. 결국 서면보고로 올리라고 하고 내보낸 뒤에 혼자서 조용히 눈 감고 심호흡할듯)까지...

그 한가운데서 하루종일 고통받는 강실장님
 
9.
유건이 여기저기서 차기 실장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하던데 '차기 실장' 이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궁금함. 왜냐면 이현이는 이미 10년째 실장을 해먹었지만 그럼에도 겨우 서른하나고 유건도 이현보다 한참 어린 게 아닌 그보다 겨우 두 살 어린 스물아홉이기 때문. 세대차이가 나는 것도 아닌데 평화로운 이양이 가능할 리가 없잖아. 아직 전혀 은퇴할 나이가 아닌걸,,
그럼 이건 '강이현한테 어떤 일이 생겨서' 실장 자리가 공석이 되었을 때를 의미하는 거려나? 그가 서태주를 슥삭하고 태온을 접수하든 누군가에게 슥삭당하든 아무튼 실장 자리가 비게 되었을 때라는 거 아냐

그렇게 생각하면 차기 실장이라는 말 자체가 제법 웃김. 설마하니 지금 시점에서 강이현이 서태주에게 총구를 겨누리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조직 내에 거의 없을 테니. 결국 이 체제 하에서 유건이 실장이 된다는 건 강이현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경우를 전제로 하는 거잖아? 그래서 유건은 강이현이 자신을 향한 그 평가에 대해 건방지다고 여기거나 달가워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고 생각하겠지.

그런데 어느 날 그 주제가 툭 튀어나왔을 때... 바짝 긴장했던 유건이

"뭐... 그럴 수도 있겠지. 틀린 말은 아니로군."

하는 강이현의 덤덤한 대답에 속으로 흠칫 놀라는 장면이 보고 싶다. 겉으로는 그저 씩 웃으면서 그래도 우리 실장님에 비하면 전 한참 멀었죠~ 같은 말로 능청을 떨며 넘기지만 속으로는 저게 무슨 꿍꿍이지 싶은 생각에 멀어져 가는 그의 뒷모습을 미심쩍게 바라보는 싸늘한 표정의 건이

참고로 강이현은 본인이 서태주를 처리하고 태온의 보스가 된 상황에서 유건을 실장 자리에 앉히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
 
10.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 눈' 이런 게 너무 좋음
강이현처럼 새까맣게 어두워서 아무것도 반사되지 않기에 그 눈에 뭐가 비치는지 알 수 없는 것도 좋고
혹은 최하람이나 하설영처럼 갈색 계열인데 색소가 옅어서 오히려 외부의 빛을 전부 반사하는 바람에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없는 느낌을 주는 것도 좋아
좀 더 이야기하자면
전자의 경우 뭐가 비치는지 그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도 알 수 없기 때문에 대놓고 무섭게 느껴지는 점이 좋은데(그리고 고동색처럼 짙은 갈색이 아니라 RGB 0 0 0의 찐블랙이 주는 이질적인... 인간같지 않은 느낌이 있음)
후자의 경우 온화한 느낌을 주는 색인데다가 마치 거울처럼 외부 환경이 그대로 반사되어 보임. 그래서 마주하는 사람은 그 눈동자에서 무언가를 봤다고 착각하지만 사실 그 눈동자 안에 숨어 있는 진정한 내면을 본 적은 단 한번도 없다는 점... 그런 면이 숨겨진 흑막같이 느껴지고 좋다.

+. 공식에서 준 이미지 말고는 캐릭터 외관설명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지만 일단은 눈 색깔도 대충 머리 톤 비슷하게 따라간다고 생각 중입니다... 현실에서도 그런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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