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하람 1:1 로그에서 일부 발췌 및 각색
당신은 조직 '설원회'에 입단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이다.
하지만 당신만이 말단인 것은 아니다.
이 차가운 조직 속엔 함께 입단한 '동기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 그들과 다 만나본 것은 아니지만.
당신은 설원회 본부로 출근한다.
그리고, 전체 휴게실에서 처음 보는 남자를 발견한다.
남자는 휴게실 한쪽 커다란 창가에 기대어 책을 읽고 있다.
말간 갈색 머리와 눈동자, 반듯한 이목구비와 잔잔한 표정.
그는 겉보기엔 따스하고 온화한 인상이다.
햇빛이 잔잔히 드리운 그의 옆모습은 차분하고 고요하다.
암만 봐도 어린 신입으로 보이는데... 자세는 꽤나 여유롭다.
잠시 후, 당신의 시선을 알아차린 듯 남자가 고개를 돌린다.
눈이 마주친 순간, 어딘가 서늘한 공기가 감돈다.
남자의 눈빛은 깊고 부드럽지만 그 안에서 측량할 수 없는 무언가가 느껴진다.
"마지막이네요, 그쪽이."
뜻을 알 수 없는 말과 함께 아른한 미소가 그의 입가에 걸린다.
-
유정은 고개를 갸웃한다. 마지막이라고? 뭐가 마지막이라는 걸까, 이게 무슨 말이지. 분명 그녀를 향하고는 있지만 어딘가 더 깊은 곳을 보는 듯한 시선. 언뜻 들어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알쏭달쏭한 말에 그녀는 그의 말이 정말로 자신을 향한 것인지 잠시 고민한다.
"혹시... 저한테 하신 말씀이세요?"
남자는 당신의 물음에 살짝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창가에서 들어오는 빛이 그의 얼굴 윤곽을 부드럽게 감싼다. 차분하고 온화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네, 물론이죠. 누구에게 말하겠어요?"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책을 조용히 덮고 유정을 향해 몸을 돌린다. 그의 움직임은 느리고 우아하다.
"같은 기수 신입들 중에 마지막으로 만나게 된 사람이라는 뜻이에요. 저도 당신처럼 얼마 전에 들어왔거든요."
그는 손가락으로 책 표지를 툭툭 치며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여유롭고 온화한 태도지만 그 눈빛 어딘가에 일순 날카로움이 스쳐 지난다.
"마지막 인연이라 그런가요. 묘하게 기억에 남을 것 같네요."
그가 한 걸음 다가오며 미소를 짓는다. 그의 걸음걸이는 여유롭고 균형 잡혀 있다.
"최하람이라고 합니다. 당신은요?"
예의 바르게 손을 건네며 자기소개를 하는 하람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차분하다. 유정은 잠시 멈칫하다가 내밀어진 손을 어색하게 맞잡는다.
"김유정...이라고 해요."
그쪽에서 먼저 이름을 말해 줬으니, 나도 말하는 게 맞겠지. 얼굴만 보면 나이는 그녀 또래처럼 보이는데, 아무리 봐도 또래답지 않은 차분한 태도가 묘하게 이질적이다. 그저 어른스러운 사람인 걸까.
잠시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살피던 유정은 저도 모르게 그에게 시선이 너무 오래 머무른 것을 느끼고 민망해 시선을 돌린다. 무례했다고 느꼈을 것 같아 살짝 눈치를 보지만 그의 표정은 여전히 평온하기만 하다.
최하람은 그런 김유정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가 천천히 놓는다. 차갑지도 덥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의 단단한 손. 그의 눈빛이 유정의 하얀 얼굴을 잠시 탐색하듯 훑는다.
"김유정...좋은 이름이네요."
그는 창가에서 한 걸음 떨어져 선다. 마치 그녀를 더 잘 보기 위해 거리를 두는 듯했다. 햇빛이 그의 등 뒤로 비쳐 들어오는 탓에 하얀 얼굴이 약간 그늘져 있다.
"여기 들어온 지는 얼마나 됐어요? 아직 이곳이 낯설게 느껴지시나요?"
그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다정하지만 유정은 그의 말투에서 어딘가 측량할 수 없는 깊이를 느낀다. 마치 유정이 할 대답을 미리 알고 있다는 듯한, 혹은 그 대답이 무엇이든 이미 예상했다는 듯한 여유.
"저도 아직 조직에 적응 중이에요. 다들 무서워 보이고... 특히 실장님은 정말 차갑더라고요. 유정 씨는 어때요? 적응은 잘 되고 있나요?"
최하람이 말을 이어가는 동안, 그의 목소리가 마치 따스한 차의 온도처럼 부드럽게 공간을 채운다.
"혹시 커피 한 잔 할래요? 동기끼리 이야기도 나누고..."
자연스럽고 친절한 제안. 아직 인맥이 몇 없는 입단 동기라면 충분히 할 법한 제안이다. 그러나 유정은 그의 부드러운 말투에서 어딘가 거절하기 어려운 무게를 느낀다.
"...네, 좋아요."
유정은 잠시 고민하다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인다. 어차피 당분간 부서 배정되기 전까지는 딱히 일정이 없기도 했고, 같은 신입 조직원이라고는 하지만 눈앞의 남자에게서는 어쩐지 묘한 여유가 엿보이는 점이 그녀의 흥미를 끌었다. 그와 친해지면 조직에 적응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달까.
유정의 수락을 들은 최하람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번진다. 살짝 고개를 끄덕인 그는 몸을 살짝 돌려 아까 앉아 있던 테이블 쪽으로 발길을 향한다. 돌아선 채로 말하는 하람의 목소리가 휴게실 안을 은은하게 채운다.
"여기 근처에 괜찮은 카페가 있어요. 조직 사람들은 잘 안 가는 곳이라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거예요."
"스물셋... 저랑 동갑이네요."
근데 하람 씨는 저랑 다르게 엄청 어른스러운 것 같아요. 보통 스물 세 살은 이렇게 차분하지 않은데.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작게 미소짓는다. 하람은 그 말에 대답하듯 희미하게 미소를 지어 보일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는 않는다.
"세상이 버렸다라... 하람 씨는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그는 유정의 질문에 잠시 아메리카노 잔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긴다. 하람의 눈동자가 미묘하게 흔들리더니 이내 고요해진다. 표정은 여전히 온화하지만 어딘가 더 깊은 곳을 바라보는 듯하다.
"저는... 그저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났어요. 하지만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일찍 돌아가셨죠. 고아원에서 자랐고, 열여덟이 되자마자 독립해야 했어요."
그의 목소리는 담담하지만 어딘가 진실을 말하는 듯한 무게감이 있다. 내용이 진실이든 아니든, 듣는 사람이 누구든 그의 말을 믿게 만들 법한 그런 무게감이.
"세상은 제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스스로 가져오기로 했죠."
순간 한 톤 낮아진 목소리가 테이블을 바깥과 단절시키듯 공간을 장악한다. 그가 유정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한다. 분위기에 압도당한 유정은 대답하지 못하고 숨을 깊게 들이켠다. 머릿속에 그의 말이 맴돈다. 세상이 아무것도 주지 않았기에 스스로 가져왔다고.
주지 않는다면 강제로 빼앗아서라도.
유정은 순간 자신을 직시하는 그의 눈 깊은 곳에 숨어 있는 광기를, 맑은 갈색의 눈동자 아래 도사린 어둑한 심연을 엿보고 만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몸이 파르르 떨리지만 유정은 자신이 하람의 앞에서 떨었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스스로. 네. 스스로, 살아남았죠."
잠시 숨을 멈췄던 유정은 물이 맺힌 컵 표면을 매만지며 멍하니 대답한다. 주지 않으면, 직접 가져온다. 이상하게 맴도는 그 말이 그녀의 머릿속을 짓누르듯 채워 가는 것 같았다. 다른 모든 생각과 믿음을 짓이겨 가면서.
최하람은 유정의 미묘한 반응을 놓치지 않는다. 그녀의 눈빛이 흔들리는 모습, 컵을 매만지는 손가락의 떨림까지. 그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자신의 말이 그녀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조용히 관찰한다.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들어요. 우리 같은 사람들이 오히려 더 강하다고. 세상에 버려진 사람들이 오히려 더 단단해지니까요."
그가 조금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목소리를 낮춘다. 그의 숨결이 테이블 위로 살짝 퍼진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남은 사람들만이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죠."
그는 천천히 손을 뻗어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유정의 손에서 불과 몇 센티미터 떨어진 거리. 보이기에는 지극히 가깝지만 실상 체온마저 닿지 않는 거리는 전부 하람이 의도한 것이다.
"정보국에 가게 된다면... 아마 우리 자주 마주칠 수도 있겠네요. 저도 그쪽으로 배정받을 것 같거든요."
그의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어딘가 강렬한 무게감이 실려 있다. 유정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하람의 시선이 마치 그녀의 영혼을 꿰뚫어 보는 듯하다.
"함께 일하게 된다면 좋겠네요, 김유정 씨."
식전빵을 먹으려던 유정의 손이 나이프를 든 채 허공에서 멈춘다. 분명 말해 준 적이 없는데 최하람은 어떻게 내 과거를 알고 있는 거지. 그녀의 눈빛이 일순 싸늘하게 가라앉는다. 그러나 곧 다시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온다. 제 모든 것을 아른한 미소 아래 숨기는 그의 앞에서 그녀만 쉽사리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야 할 이유는 없었으므로.
"제... 배경이요?"
유정의 목소리가 무의식 중에 날카롭게 나온다. 온화했던 분위기가 삽시간에 긴장감으로 팽팽하게 당겨진다. 그때 웨이터가 다가와 주문을 받는다. 유정과 하람은 언제 그랬냐는 듯 평소와 같은 태도로 음식을 주문한다. 웨이터는 하람을 알아보는 눈치였다. 김유정은 그 모습을 가늘게 뜬 눈으로 좆는다. 메뉴 추천해 주는 것도 그렇고... 웨이터가 알아볼 만큼 자주 왔던 곳인가 보네.
웨이터가 떠나자마자 유정은 시선을 접시로 내린다. 다시 식전빵을 무심하게 썰어 내며 그녀는 묻는다. 하람 씨, 정말로 고아예요?
유정의 의심 어린 목소리를 듣는 순간, 하람은 그녀의 눈빛에 스쳐지나가는 차가움과 의심을 놓치지 않는다. 의심이 피어오르는 순간은 언제나 즐겁다. 다시 돌아온 표정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차분하기만 하지만 하람은 이미 모든 것을 다 본 이후다. 속내를 숨기는 것에 능숙한 그의 앞에서 사용하기에는 다소 어설픈 위장. 그렇지만 이 정도면 일반인 정도는 충분히 속일 수 있을 테지. 아마추어의 감정 통제라니... 귀엽기도 해라. 살짝 깜빡이는 시선이 그녀를 스치듯 훑는다.
"고아...냐고요? 네, 그렇죠."
하람은 약간 당혹스러운 듯한 표정을 연기한다. 유정의 질문은 제법 날카로웠지만 계산에 있었던 것이라 대답이 어렵지는 않았다. 그녀의 검은 눈동자는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못한 듯 은근히 그의 얼굴을 탐색하듯 살피고 있다. 하람은 오랜만에 받는 눈빛에 흥미를 느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의 가면을 의심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기에.
하람은 천천히 와인을 들어올리며 진한 붉은색을 관찰한다. 찰랑이는 액체가 피처럼 붉었다. 그는 잠시간 침묵한 후 목소리를 낮추어 입을 연다.
"열여덟 살 때부터 스스로 살아남아야 했어요. 그게 쉽지는 않았죠."
꾸며낸 과거를 짧게 덧붙인 그는 잠시 침묵하며 유정의 반응을 살핀다. 나이프를 든 그녀의 손이 어느 순간 멈춰 있었다. 그가 하는 말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려 하는 것 같았다. 좋은 반응이다. 하람은 그녀의 의심이 더 깊어지기를 바라고 있었으니까.
더 의심하고, 더 다가와.
벗어날 수 없을 때까지.
"저도 유정 씨처럼... 세상이 주지 않은 것들을 스스로 얻어야 했으니까요."
제 배경이 궁금하셨나 보네요. 하람은 부드럽게 웃으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간다.
"사람은 환경보다 선택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당신도 그렇지 않나요, 유정 씨?"
하람은 입도 대지 않은 와인잔을 도로 내려놓으며 시선을 유정에게로 고정한다. 그녀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살짝 옆으로 기울어진 고개. 표면적으로는 무해한 질문이지만, 그 안에는 그녀의 의심을 조금씩 흔들기 위한 의도가 다분하다.
"유정 씨의 과거는... 제가 들은 바로는, 빚 때문에 부모님이 어린 당신을 도박장에 팔았다고 들었어요. 설원회에 들어오기 전에 기본적인 백그라운드 체크는 했죠."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린다. 집중하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톡톡 치는 소리가 조용한 룸 안을 선명하게 채운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서로를 알아보는 법이 있어요. 버려진 사람들만의... 특별한 감각이랄까."
...그러니까 같은 신입 조직원이라는 그가 왜 내 뒷조사를 하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수상한 것 투성이이다. 유정은 하람을 응시하며 잠시 침묵을 지킨다. 자꾸만 그녀와의 동질감을 강조하는 것도 그렇고, 눈 앞의 이 남자는 지극히 자연스러웠음에도 믿을 수 없는 부분이 너무나도 많았다.
유정이 결국 대답하지 않은 탓에 방 안의 분위기는 점점 어색해진다. 이미 식전빵도 다 먹어 버린 유정은 와인잔 베이스를 매만지며 티나지 않게 하람을 살핀다. 약간 긴장한 그녀와 다르게 그의 표정은 늘 그랬듯 차분하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이 어색한 분위기를 전부 최하람이 의도했다고 느껴질 만큼.
십여 분을 더 기다리고서야 웨이터가 주문한 음식을 들고 들어온다. 숨 막힐 듯 어색했던 분위기가 간신히 조금 풀어진다. 유정은 그가 추천한 트러플 리조또를 한 술 맛보고는 천천히 입을 뗀다. 여전히 차분한 표정이지만 음식을 향해 내리깐 시선이 아까보다 조금 더 낮게 가라앉아 있다.
"맛있네요. 하람 씨가 '선택' 해 준 거."
김유정은 의도적으로 '선택' 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어 말한다. 환경보다 선택. 맞는 말이다. 만약 유정의 부모가 그녀를 도박장에 팔아넘기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지금처럼 자라지 않았을 것이다. 보스의 아들을 죽이고 그 조직을 무너뜨리는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녀가 지금 이 자리에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최하람은.
이 남자는 살아오며 무엇을 선택당했고, 선택했기에 이러한 모습으로 여기까지 왔는가.
유정은 고개를 들어 하람을 응시한다. 언제나처럼 맑은 갈색의 눈동자가 있다. 늘 그랬듯 아무것도 읽어 낼 수 없는, 모피로 얼음을 감싸 놓은 것처럼 포근하면서도 시린 눈빛. 그것은 단 한 순간도 그녀에게서 떨어진 적이 없다.
"선택은 인생을 정의하죠. 우리 모두 그렇게 만들어져 왔으니까요."
음식 이야기에는 다소 뜬금없는 대답이지만 질문의 의도를 생각하자면 핵심을 찌르는 대답이다. 하람은 앞에 앉은 유정의 날카로운 눈빛을 흥미롭게 본다. 점점 더 커지는 경계심이 이제는 그의 피부에까지 따끔하게 와 닿는 것 같다. 그는 유정이 아마추어지만 제법 날카로운 직감을 가진 여자라고 판단한다. 아마 바닥에서 단련된 본능이겠지.
나이프를 가볍게 들어올린 하람은 스테이크를 썰기 전, 그녀가 트러플 리조또를 맛보는 모습을 관찰한다. 입술 가장자리에 미세하게 묻은 크림 소스와, 까만 눈동자 깊은 곳에서 일렁이는 불신의 감정. 모든 것이 그의 눈에 선명하게 새겨진다.
"가끔은 스스로에게 물어봐요. 내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유정의 반응을 세심히 관찰하며 하람이 말을 이어간다. 그녀의 미세한 표정 변화, 호흡의 리듬, 손가락의 움직임까지. 김유정이라는 여자는 본능적으로 제 속내를 숨기곤 해서, 보통 사람들보다는 조금 더 읽어내는 재미가 있었다.
"유정 씨는 어떤가요? 왜 설원회를 선택했죠?"
하람은 반쯤 비운 와인잔을 다시금 들어올리며 그녀의 반응을 기다린다. 이 여자가 어디까지 의심하고, 어디까지 물어올지가 궁금하다. 지금 이 순간 그녀는 기껏해야 체스판의 폰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녀가 어디까지 하느냐에 따라, 김유정은 최하람에게 제법 유용한 체스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잔을 천천히 돌리며 시선을 창 밖으로 향한다.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푸른 하늘이 눈동자에 투명하게 반사되어 비친다.
만약 김유정이 진실에 너무 가까이 다가온다면... 그건 그때 생각하자.
결국 모든 건 내 손 안에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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